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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Song] LOVE YOURSELF 結 Answer 'Epiphany'

조금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컴백 트레일러가 뜬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그간 몇 번을 반복해서 보고 또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포스팅을 할 생각은 쉬이 들지 않았다. 사실 첫날 열댓 번을 듣고 나서 넘치는 감정에 노트를 펴들고 몇 자 적어내려가긴 했지만,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넷상에 업로드하기엔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대로 계속 넘기기는 조금 아쉬워 이제야 키보드 앞에 앉아본다. 탄이들의 epiphany, 그리고 나의 epiphany를 구체화해보기 위해서. 


Not so perfect, but so beautiful


 간혹 우리말보다 외국어로 접했을 때 의미가 더 깊게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첫 재생이 끝나고 나서 바로 영어 자막을 켜놓고 다시 봤을 때 이 가사가 그렇게 다가왔다. 조금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그렇게 강조하던 not-but 구문이 이렇게나 큰 울림을 가져다 줄 줄이야. 완벽하진 않아도 아름다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완벽'을 '아름다움'과 같은 것으로 여기기에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Love Yourself의 결론에 다다라 진은 노래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은 내가 완벽해 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것이다. 부족해도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아름답기 때문에. 

 반복되는 영어가사에 조동사 should를 쓴 것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일 뿐 아니라 반드시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사랑이 시작될 수 있으니까.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닫은 채 그저 바깥을 향하기만 하는 맹목적인 애정은 결국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나도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된 상황에서는 어떤 꽃도 피울 수 없다. '내'가 배제된 타인을 향한 사랑은 결국 '내 안의 폭풍'을 외면하는 일일 뿐이다. 가짜 사랑. 가짜 사랑의 원인은 상대가 아닌 나에게 있다. '진짜 내 모습을 숨기는 가면', Fake love.


 Euphoria, Serendipity, Singularity, 그리고 Epiphany까지, 방탄 보컬라인의 컴백 트레일러(intro)는 그 제목에서부터 청자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영어권의 사람들에게조차 친숙하지 않은 단어들의 의미를 찾아 각종 사전을 뒤지는 일 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도의 행복감, 뜻밖의 발견, 특이점, 그리고 본질에 대한 직관적 통찰. 가장 쉽게 이용하는 네이버 사전에는 의미가 분명하게 서술되어있지 않아서(처음에 '주현절'만 보고 이게 왜? 했다) 약간의 구글링을 거쳐 다음과 같은 설명을 찾아낼 수 있었다. 

An epiphany (from the ancient Greek ἐπιφάνεια, epiphaneia, "manifestation, striking appearance") is an experience of sudden and striking realization. Generally the term is used to describe scientific breakthrough, religious or philosophical discoveries, but it can apply in any situation in which an enlightening realization allows a problem or situation to be understood from a new and deeper perspective.  -Urban Dictionary, by PineapplwJuice

 어떤 새로운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점에서 seredipity와 비슷하게 보일 수고 있지만, 두 단어는 그 깨달음에 도달하는 기제(機制)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serendipity의 발견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민의 트레일러 영상에서 여러 형태들로 반복되어 등장하는 노란색 구체들이 바로 이를 상징한다. 홀로 흰 방 안에 존재하던 지민에게 외부세계는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점차 그 부피를 키워간다(손 안에 들어오는 자은 공에서 시작해서 방 안을 가들 채우는, 지민의 몸집보다 훨씬 큰 공까지). 특히나 노란 선인장에 손가락을 찔리는 장면은 '자극'이라는 단어를 더 확실히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세계에 감싸여 완전히 새로운 우주를 접하게 된 지민은 그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Just let me love you. 그저 나로 하여금 너를 사랑하게 해줘. 이 발견에서 주체는 '내'가 아니다.   

 그러나 epiphany의 발견, 통찰은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의 숙고(熟考)로 부터 시작된다. 이는 발견이기보다는 깨달음에 가깝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심을 둘러싼 세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화양연화부터 이어진 이전의 영상들에서 진의 시선은 늘 창 밖을 향해 있었다. 커튼을 열어젖히고 외부세계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이번 영상 속에서 비를 맞고 돌아온 진은 창으로 다가가 커튼을 닫는다. 그러나 이것은 '단절'이 아닌 '전환'이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 안을 향하게 한 것이다. 이 새로운 관점에서 주체는 내가 됨과 동시에 세계의 의미는 나로 인해 변화한다.


 창의 커튼을 닫고 돌아선 진은 전과 같은 일련의 행동을 반복한다. 변한 것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 바뀌었다. 바깥을 보기만 했던 시선이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변화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뒤바꾸어 놓는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미 그의 몸을 적신 빗물은 다시 되돌려 봐도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온 몸이 젖은 채로 돌아와 얻은 깨달음은 하나, 그저 너를 사랑하는 게 사랑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 자신 또한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였음을. 

 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나 찾을 수 없는 '영혼의 지도'. 그것을 찾는 여정의 시작은 나의 안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커튼을 닫고 재킷을 걸치고 거울을 보던 진은 이번엔 저널을 들고서 다시 문을 나선다. 그것이 Wonder에 대한 그의 Answer가 아닐까.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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